햇살이 날로 무더워지는 6월이 되니 금수강산 곳곳에 하얀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찔레꽃은 장미과에 속하는 관목으로서 동북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야산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봄부터 이른 여름까지 작은 흰색 꽃을 피우고 열매는 가을에 붉게 익는다. 줄기는 약 3~5 미터까지 자라며 일반적으로 가시가 있다. 잎의 길이는 5~10 센티미터 가량이다. 한국에서는 고도가 높지 않은 지역의 양지 바른 산기슭, 골짜기, 냇가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6월의 햇살 아래 야산 곳곳에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소박한 멋을 풍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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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에는 슬픈 유래가 전해온다. 옛날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 때 우리나라는 일 년에 한 번씩 예쁜 처녀들을 조공으로 몽골에 바쳐야 했다. 그 때 찔레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음씨 착한 소녀도 다른 처녀들과 함께 몽골로 끌려가서 살게 되었다. 몽골에서 착한 사람을 만난 찔레는 그나마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지낼 수 있었지만 그리운 고향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찔레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10여 년을 눈물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찔레의 이런 마음을 가엾게 여긴 주인은 사람을 고려로 보내 찔레의 가족을 찾아오라고 했으나 찾지 못하자 찔레의 마음은 더욱더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었고 급기야 치유할 수 없는 향수병에 걸리고 말았다. 보다 못한 주인은 한 달 간의 기간을 주면서 찔레에게 고향의 가족을 찾아가도록 허락을 했다. 고향을 찾은 찔레는 이미 불에 타 사라진 고향집과 가족의 생사는 물론 거처도 알 수 없었다. 찔레는 가족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맸지만 기한이 다 되도록 부모와 동생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찔레는 몽골에 돌아가서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에 고향집 근처에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듬해 찔레가 가족을 찾아 헤매던 곳곳에 찔레가 돋아나고 하얀 찔레꽃을 피웠다고 하며 가족을 찾던 애틋한 찔레의 마음이 가시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르지만 찔레꽃에 얽힌 슬픈 전설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어려서는 찔레순을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른 봄철에 갓 올라오는 찔레순을 꺾어 가시를 떼고 질겅질겅 씹어 먹으면 새콤하면서 묘한 맛이 난다. 요즘 아이들은 찔레순을 먹는지도 모를 것이다.
하얀 찔레꽃은 사촌지간인 화려한 장미에 비하면 조금 초라해 보이지만 시골 처녀 같은 소박하고 순진무구한 멋이 풍긴다. 아무 곳에서나 끈질기게 자라 꽃을 피우는 모습이 우리 민초의 끈기 있는 모습과 같다. 금수강산 곳곳에서 한창 피어나는 찔레꽃을 보며 삶의 여유와 기쁨을 찾는 것은 나만의 행복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