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성암사
춘계 3000배용맹졍진
유정만리
2009. 4. 20. 00:29
삼천배의 유래
성철스님께서 팔공산 금당선원에서 깨치신 후에 6.25한국전쟁으로
- 통영의 명산 벽발산에 위치한 안정사옆에 위치한 “천제굴”에 계실 때 일이다.
당시 스님은 이미 도인으로 소문이 나 인근 도시 부산, 마산 신도들이
- 너도 나도 만나 뵙고 할 때였다.
- 천제굴을 찾은 원명화는 30대 젊은 보살이었는데,
- 그녀의 남편은 마산에서 큰 배 두 척을 가지고 어업을 하는 사장이었다.
- 그런데, 남편의 바람기가 많고 시도 때도 없이 사냥이나 다니며
- 집을 비우는 사람이었으므로 원명화의 애간장을 태웠다.
- 원명화가 보석을 사 모으고 값비싼 옷으로 치장을 하는 것은
- 남편 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마다 옷을 사거나 보석을
- 새로 사 몸에 걸 치며 울분을 삭였던 것이다.
- 그런 어느 날이었다. 올케 언니인 길상화가 고성 문수암을 갔다가
- 청담스님에게 성철스님의 얘기를 듣고는 원명화를 데리고
- 천제굴 로 찾아간 것이었다.
- 독실한 불교신도인 길상화의 채근에 못 이겨 마산 집을 나선 원명화는
- 통영 벽발산 산자락에 있는 조그만 초가집 천제굴을
- 들어설 때만 해도 양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 청담스님성 보기 드문 도인이라고 추켜세운 것은
- 으레 하는 덕담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천제굴을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 행자들은 원명화의 화려한 옷차림새를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 검은 비로도 치마저고리에 손가락에는 커다란 반지를 끼었고,
- 비취 목걸이에다 머리에는 큰 옥비녀를 꽂고 있었다.
- 그런데 성철스님은 그녀를 보자마자 화부터 벌컥 냈다.
- “절에는 기도하러 오는 것이다.
- 비싼 옷을 입고 다니며 누구를 꼬드길라꼬 그러느냐.”
- “큰스님을 뵈러 왔습니다.” “여기는 부처님밖에 없다.”
- 성철스님은 들고 있던 낫으로 갑가지 원영화의 비로드 치마를 찢어버렸다.
- 예리한 낫에 원명화의 검은 치마는 순식간에 잘려져 버렸다.
- 길상화는 쩔쩔맸고 원명화는 기가 질려 움찔하지도 못했다.
- 그러자 성철스님께서 속사포처럼 빠르게 산청 사투리를 쏟아 냈다.
- “내 시킨 대로 안 하면 니 집 망하고, 니는 거지 되어 길거리 나앉을 끼다.
- 니 집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 성철스님의 단언에 원명화가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큰스님, 어찌 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지금 법당으로 가서 삼천배 하고 오라.”
- 원명화는 찢긴 치마를 입은 채 법당으로 올라갔다.
- 원명화가 법당으로 간 사이 성철은 길상화에게 말했다
- “저 보살 눈에 독기가 가득하다. 지 남편이 고기를 많이 잡아 그런다.
- 죄를 많이 지은 것이야. 안과 병원 가도 저 눈은 못 고친다.”
- “큰스님, 말씀해주십시오.” “그래, 삼천배는 지금 하고 있고,
- 또 하나 할 일은 추석 전에 집없는 사람들에게 쌀을 나누어주라고 그래라.”
- 훗날 불전 삼천배는 성철스님 하면 떠오르는 기호가 돼버렸는데.
- 사실은 천제굴 시절 원명화에게 시킨 것이 효시가 된다.
- 봉암사에서 신도들에게 삼배를 시킨 것은 스님들의 위의를 세우기위한 것이었고,
- 불전 삼천배는 나라고 고집하는 아상(我相)을 뽑아주기위해서 방편으로 시킨것이었다.
- 한나절이 지나 원명화가 섬천배를 마치고 비틀비틀 걸어나오자 성철이 말했다.
- “보
- "보살눈의 독기를 풀어야 한데이. 그걸 풀어야 운명이 바뀌어 진다.”
-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원명화는 이미 기가 꺾이고 주눅이 들어
- 성철스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항복을 했다.
- “집으로 돌아가거든 식모들을 다 불러모아놓고
- 오늘은 니 손으로 밥을 해서 차려주어라, 알겠느냐.”
- “예” “술을 마시고 싶은 식모가 있거든 오늘은 니가 따라주어라.”
- “예” “오늘부터는 니 신랑에게 직접 밥을 해주어라. 술도 따라주어라.
- 그리고 아침마다 신랑 앞에서 부처님에게 하듯 절을 세 번 해라.”
- “큰스님.” “와 그러노, 그러면 니 가슴에 있는 독기가 사라진타카이.”
- “큰스님, 차라리 칼로 제 목을 쳐 이 자리에서 죽겠습니다.
- 큰스님께서 이 자리에서 죽으라면 죽겠습니다만
-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어찌 그리할 수 있겠습니까.”
- “그래,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럼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할 때까지 기도해라.
- 니 아상의 뿌리가 쏙 뽑혀질 끼다.”
- 천제굴을 떠난 원명화는 성철스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 추석 전날이 되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나누어주었으며,
- 식모 들에게 손수 밥을 해주어 자존심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 또한, 남편에게는 아침마다 부처님에게 하듯 삼배를 했다.
- 부처님 앞에서 삼천배를 시키어 나라고 고집하는 아상을 뽑은 다음,
- 모든 이를 부처님 모시듯 행동하도록 제도하고 있는 것이다.
- 훗날 성철스님은 말한다.
- ‘모든 사람을 부처님처럼 섬기라. 그것이 참 불공이다.’
참 불공이란 목탁을 두드리며 불단에 음식을 차려놓은 것이 아니라
- 가난한 이를 몰래 돕고,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 이란 말이다.
원망하는 원수까지도 부처님처럼 섬기는 것이 참 불공인 것이다.